구순구개열언청이,자기혐오,포기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구순구개열(언청이)로 태어나면서부터

강명주 노무사 2022. 12. 7. 18:00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오늘은 대단히 우울한 점심식사를 했다.

모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퇴직자 지원프로그램에 상담위원으로 참석했다가 이 퇴직자들과 같이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지원프로그램이란 명칭은 참 좋지만 다들 알다시피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다.

오늘 참석자들 다수는 40대 후반 이상에 별다른 자격증이 없기에 재취업이 대단히 어려우며 개인사업을 하자니 리스크가 너무 크다.

결국 아파트 경비나 배달업 등에 종사해야 하는데 거의 다가 대졸이라 자존심이 꽤 상해하는 눈치다.

난 노무상담만 해주고 오려 했지만 주최자가 식사에 꼭 참석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대낮이지만 누군가가 소주를 시켰고 주최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본인들 돈으로 마실 테니 왈가왈부 말라는 거친 반응이 돌아온다.

나에게도 권하기에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마셨다.

누가 전술한 질문을 푸념하듯 했고 분위기가 바로 다운된다.

그 여자를 만났기 때문에, 그 회사에 입사했기 때문에, 무리해서 출산을 했기 때문에 같은 답변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누구도 나에겐 이 질문을 안 한다.

겉보기에야 노무사란 전문 자격사지만, 결혼도 못 한 채 혼자 아무런 동기 부여 없이 살기에 사실 내 인생도 막장 직전인데....

내 속으로만 생각해 봤다.

난 언제부터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까.

구순구개열(언청이)로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아니었을까.

유전병의 무서움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특히 남녀관계와 혼인에 치명적이고 이런 하자 있다는 건 사실 인생 안 사느니만 못한데.

나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인생 막 산 놈도 잘만 하는 연애를 나는 시도조차 못했고 전과자도 낳는 애를 나는 결국 꿈도 꾸지 못하고. ​

누구에게도 이런 말은 하지 못한 채 마음만 하도 아프기에 소주를 계속 자작했다.

당신들은 본인들의 선택으로 몰락했고 그걸 여기서나마 떠들 수 있지만 난 내 잘못 하나 없이 이렇게 되었고 세상에 하소연도 못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하진 못했다.

중간에 다른 핑계를 대고 빠져나온 뒤, 지하철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다.

역시 나는 술도 약하네.

구토로 인한 괴로움보다 내 팔자가 훨씬 더 고통스럽다.

이젠 맷집이 생길 만도 한데 왜 아직도 아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