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빈집 같은 이 블로그와 깡패 같은 방문자들
"노무사님, 제가 성공보수 지급 않고 잠수타서 많이 화나셨죠?"
"전혀요"
"착수금 없이 성공보수 받기로 한 거래에서 일 다 마쳤지만 성공보수 못 받으셨는데도 화가 안 난다고요?"
"네. 저는 그러네요"
"노무사님, 그렇게 쿨하게 구신다고 지금이라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 폰도 대포폰이라 추적 불가능하고 이 전화 끝나면 노무사님과는 영원히 바이바이예요"
"맘대로 하세요"
"하나만 물읍시다. 나처럼 기본도 안 된 뜨내기에서 조금도 화 안 내는 이유가 뭡니까?"
"나 역시 당신 수준에 맞는 인간에 불과하니까"
어려서부터 버려진 #빈집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지금은 이런 집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 아파트가 활성화되기 전엔 동네마다 한두 집은 꼭 이랬다.
버려진 집에 들어가 일부 공간을 치우고 가상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상상을 하며 혼자 지내는 게 당시 나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실제론 나 이외에 아무도 없고 깨진 창문으로 황소바람이 불어 닥치며 비라도 오는 날엔 온 집안이 물바다였지만, 그래도 나는 버려진 집 특유의 비참함, 황량함, 고즈넉함에 이상하게 끝없이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늘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본드를 불거나 술을 마시러 빈집을 찾는 양아치나 불량배라도 마주치는 날에는 이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돈을 뜯기는 경우로 결코 적지 않았다.
날 때리고 가진 것을 모두 가져가던 어떤 깡패가 그랬다.
빈집에서 혼자 생쑈를 하던 네 탓이라고.
전술한 대화처럼 기껏 일은 일대로 다 해주고 돈은 못 받는 경우가 잦다.
이런 비양심 고객일수록 착수금 없이 일을 맡기려 하며, 이를 아는 노무사들은 이들을 상종조차 안 하려 갖은 노력을 다 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들도 그냥 다 받아준다. 아니, 도리어 더 선호한다.
내가 좋아하던 빈집처럼 나란 인간 역시 무지 하자가 많고 그렇기에 빈집에서 만나던 깡패 같은 자들을 상대하는 게 제격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여기기 때문일까.
오랜 기간 운영하던 이 블로그도 빈집 같은 분위기를 풍기나 보다.
6천 개가 넘는 글을 내 딴엔 대단히 정성 들여 포스팅 했지만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뜨내기에 가깝고 그렇기에 절대 인연이 오래가지 못 한다.
이를 인식하고 나서부턴 내가 먼저 차갑게 군다. 그래야 연이 끊겨도 덜 아프니까.
뭔지 모를 차가움, 싸늘함이 느껴지기에 날 가능한 멀리하고 싶다고 오랜 기간 알고 지난 지인이 말했다.
불량한 의도로 빈집에 찾아왔다 볼일만 보고 바로 떠나는 뜨내기들.
나와 다른 인간들과의 관계를 한 줄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