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나중에 줘도 괜찮다고 여긴 사장의 최후
"노무사님, 저 좀 살려주세요, 추석 전까지 납품 못하면 계약서에 적힌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금 줘야 하고 무엇보다 이랬다는 소문나면 어느 원청에서도 일 안 줘요"
"신규 직원 쓰시면 되지 않나요?"
"그 짧은 기간에 모으기도 힘들도 기술이 없어서 걔네들 데리고는 일 못 해요"
"기존 직원들이랑 연락은 되세요?"
"되긴 하는데 임금 또 체불되면 곤란하다며 저랑 일을 안 한다네요"
"그래서 제가 임금 제때 주라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법 잘 안다는 친구가 나중에 줘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해서"
"그럼 그 친구에게 해결해 달라고 하세요"
"노무사님, 그러지 마시고 기존 직원들 설득 좀 해주시죠. 노무사님은 그래도 그 친구들이 믿는 눈치던데"
"저도 바쁘고 무엇보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분은 도와주고 싶지 않네요. 전화 끊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보면 #임금체불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장 이름을 공개하는 제도가 있다.
실무에서 과연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도 이전에 근로자들이 이런 사장을 거부하는 게 보통이다.
사무직은 몰라도 제조업 같은 3d 업종은 바닥이 좁기에 소문이 금방 돈다.
그래서 자주 임금체불하는 사장은 직원을 모집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전술한 대화는 모 공장 사장과 나눈 것이다.
나에게 유연근무제와 근로기간 설계를 맡겨서 알게 되었는데 걸핏하면 임금을 늦게 줬다.
돈이 있음에도 근로자의 길을 들이거나 기분상한 걸 복수한다며 이랬고 법 따위는 우습게 봤다.
그러다 근로자들이 단체로 빡이 돌아 사직을 했고 이미 약속한 납품을 못하게 되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도와준다.
타인에게 자살충동까지 나게 하는 걸 즐겼다면 본인도 마찬가지 심정을 느끼는 게 공정의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나?
이런 사장이 망하는 건 정의로운 신이 내리는 철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