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서약서까지 써놓고 마구 발설하는 자들에 대한 응징
#국가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 보안서약서란 걸 쓰는 경우가 흔하다.
심사 관련 내용을 심사종료 후에도 외부에 발설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보통 담고 있다.
몇 달 전, 모 공공기관이 위탁받은 국가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하루 종일 서면심사와 면접심사를 하느라 대단히 피곤했다.
해가 질 무렵 다 끝났으니 돌아가도 된다는 말을 듣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같이 심사를 하던 어떤 자격사가 보인다.
인사를 하려는 나에게 대뜸 특정 후보회사에 대해 몇 점을 줬는지 묻는다.
보안서약을 안 했어도 내가 참가한 공적인 일에 대해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입을 안 열기에 심사위원으로서 그런 거 물으면 안 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답변도 없이 인상을 쓰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데 심사에서 중시하는 사항들을 마구 떠들어댄다.
이걸 미리 알면 심사에서 합격할 확률이 부쩍 늘기에 특히 보안을 필요로 하는 요소다.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닌 듯하여 내 길을 갔지만 두고두고 떠올랐다.
결국 며칠 뒤, 이 심사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전화하여 전술한 일들을 이야기 했다.
보안서약까지 한 마당에 이러는 건 아닌 것 같기에 알린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이 공공기관에 업무 차 또 갔고 내가 전화했던 공무원을 만났다.
안부 인사를 주고받다가 전술한 자격사는 어찌되었는지 물어봤다.
발설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소송까진 안 가고 더 이상 이 공공기관에선 안 부르는 선에서 정리했다고 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이런 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관가官街에 떠돌고 있고 일단 여기 이름이 올라가면 국가사업심사 등에선 늘 배제된다던데 진짜 이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막상 이 결과를 들으니 후회 반 시원함 반이다.
내가 입만 다물고 있었다면 이 사람은 불이익 안 봤을 텐데....
하지만 다른 사업도 아니고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하는 국가사업에서 심사기준을 유출하는 건 민간 심사위원을 공무수행사인이라 볼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것 같기도 하기에 이런 심사이원은 공익을 위해서라도 퇴출시키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 돈벌이 아닌 덴 신경 쓰지 말자고 그토록 다짐해도 왜 이리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