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동기부여,자본주의,실패

자본주의의 냉혹한 논리가 골수에 박힌 자일수록 정을 그리워한다는 사례

강명주 노무사 2022. 9. 9. 10:52

내 단골 중고 #옷가게 여사장은 무진장 독하다.​

얼굴도 표독스럽고 고객들에게 따뜻한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중고 옷을 잔뜩 쌓아놓고 장사를 한다는 특성 탓인지 혹시 도둑질해가는 자들은 없는지 매의 눈으로 감시하느라 늘 바쁘다.​

같이 일하는 여직원(형식은 근로자나 파트너에 가깝다)도 사장과 마찬가지로 항상 냉랭하며 한 벌에 무조건 5천 원이고 절대 교환, 환불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1년 가까이 이 집을 다니며 많이 사진 않았다.​

내 사이즈에 맞고 괜찮아 보이는 것들만 골랐기에 한 달에 끽해야 4~5벌이다.​

그러면서도 방문할 때마다 여러 벌을 입어보다 보니 은근히 미안했다.​

입어보는 것 정도는 당연한 듯 전술한 여사장과 직원 모두 아무 말 없었지만 그냥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지지난달 한창 더울 때, 마트에 들러 캔커피 두 개를 사가지고 갔다.​

여사장과 직원에게 불쑥 내밀며 매일 입어보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에 가져왔다고 하니 둘 다 놀라면서도 아주 환하게 웃는다.​

난 이들이 웃는 걸 이때 처음 보았다.​

그 뒤로 이들은 내가 옷을 입어볼 때면 부탁도 안 했는데 나랑 어울리는지 여부를 칼같이 이야기해줬고 덕분에 괜한 낭비를 꽤나 막을 수 있었다.​

커피 주기 전의 나를 비롯한 일반 손님들에겐 물론 이런 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으며 돈만 받으면 끝이다.​

노가다 하던 시절 사채를 쓴 적이 있다.​

급전이 필요하여 백만 원 가량 빌렸는데 이자가 쎘다.​

그래도 돈을 꿔주는 사채업자가 고마웠고 한 번도 안 빼고 열심히 갚았다.​

마지막 돈을 지불하는 날엔 일부러 사무실로 찾아갔다.​

계좌로 송금을 해도 되지만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케익 하나를 사갔다.​

1원 한 장 안 떼이려고 늘 눈이 벌겋던 이 사채업자의 미소 역시 이때 처음 보았다.​

이런 걸 왜 사왔냐고 하면서도 굉장히 좋아했다.​

그 뒤로 그는 날 만날 때마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줬고 무엇보다 ‘당신’이나 ‘너’라고 부르던 그 전과는 달리 ‘고대 나온 젊은 친구’라며 우대해줬다.​

자본주의의 기브앤테이크 논리가 뼛속까지 박힌 자일수록 정을 더 그리워하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