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외모를 함부로 평가하고 조롱까지 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
"미안해요, 김 대리님. 김 대리님 말이 맞았네요. 내 발언은 칭찬만이 아니라 차별적 의미도 담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상당한 세월을 한 번도 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아서 처음엔 김 대리님 말이 이해가 안 갔는데 곰곰이 반추해보니 맞네요. 앞으로 시정할게요"
내가 이 블로그에서도 즐겨 사용하던 단어나 주제가 있다.
#미모, 아름다움, 이쁜 여자, 섹시한 아가씨, 끝내주는 몸매, 여배우처럼 괜찮은 여직원, 공무원하기엔 아까운 여자 등등등.
난 이걸 단지 외모가 좋은 여성에 대한 의례적인 표현으로서 동서고금을 통틀어 무지 자주 사용되었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애용했다.
지난 주, 모 회사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도 분위기를 띄우려 이 중 한 여직원의 아름다움을 거론했는데 다른 여직원이 그런다.
외모에 대한 칭찬도 때로는 차별이기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처음엔 이 여자가 미친 줄 알았다.
칭찬이 왜 차별인가?
게다가 이 여자가 나보다 새파랗게 어린 연하이고 직급도 낮기에 무시하는 마음도 솔직히 조금은 있었다.
결론적으로 다수는 내 편을 들어주며 이 여자를 과민하다고 여겼고 난 미친 페미니스트 정도로만 생각하고 바로 잊었다.
며칠 간 이상하게 이 여자 발언이 자꾸 생각났다.
어려서부터 난 잘생겼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구순구개열(언청이)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이는 당연하다.
하지만 같이 있는 친구가 미남이라고 칭찬 받는 걸 보면 은근히 날 엿 먹이는 소리로도 들렸기에 기분이 꽤 상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니 전술한 여직원의 발언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에게 외모는 대단히 중요하기에 칭찬이란 명분하에 이를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고 나아가 평가까지 했던 내 언행으로 인해 기분 상했을 사람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오늘 또 만날 일이 있었기에 공개 사과를 했다.
날 언청이라 터부시한 여자들이 많았기에 복수 차원에서 더더욱 여성의 외모를 함부로 언급한 측면도 있었다는 점은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꼭 내 잘못을 인정하고 싶었다.
꼰대 특유의 똥고집을 예상하다 이 예상이 깨졌는지 많이 놀란 반응이다.
여성의 외모를 함부로 거론하며 가끔은 조롱이나 희화화까지 했던 내 글로 인해 기분 상했을 블로그 이웃들도 많을 것이다.
이 분들에게도 사과하고 싶다.
지금 당장 내 기존 습관을 100프로 고친다고 장담은 못하나 대단히 노력할 것이다.
악인에게 당하고 살던 자는 마찬가지 악인이 되기 쉽다고 한다.
언청이라 늘 차별받고 살다보니 나도 타인을 차별하며 이 한을 풀고 싶었나 보다.
어찌됐든 내가 잘못한 건 맞으니 반드시 시정하겠다.
단 하루를 더 살더라도 고칠 건 고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