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내내 방에만 갇혀 지낸 고아가 인형을 찢어버리고 느낀 쾌감
"너희들은 손님들 오시면 절대 나오지 말고 이 방에만 있거라"
#명절이 되면 외부 후원자들이 시설을 종종 방문한다.
자신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잘 크는지 확인을 하고 싶고 은연중에 으쓱한 마음도 갖고 싶으며 자식이 없는 경우에는 입양아를 고를 요량으로도 이런다.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잘 먹어도 외모가 영 비실비실하다.
그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아직 없지만 아우슈비츠에서 실험 대상으로 삼기 위해 잘 먹인 유태인 다수가 아무런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그중 그래도 번듯한 아이들을 후원자들에게 보이며 장애나 질병을 가진 아이들은 코빼기도 안 보여준다.
하자 있는 물건을 숨기고픈 사장의 심정이랄까?
명절날 하루 종일 후원자들이 줄을 있는 경우에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방에만 처박혀 있어야 한다. 중간에 몰래 밥이라도 주면 좋을 텐데 화장실 문제도 있고 이런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감추고 싶어서인지 밖에서 잠긴 방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
이렇게 그 안에서마저 차별받는 애들이 불쌍해서인지 어느 마음씨 좋은 수녀가 인형을 준 적이 있다. 싸구려 인형이지만 외로움을 달래줄 대상으로 아이들은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아주 예전에 나온 만화영화 중에 <해치의 모험>이란 게 있었다.
거기 나오는 주인공 해치를 본 딴 꿀벌인형도 이렇게 주어졌다.
너는 항상 나랑 함께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열심히 챙기던 그 해치인형을 어느 추운 설날 아침, 면도칼로 갈가리 찢고 만다.
대답은커녕 아무 반응도 없는 해치를 의인화하여 마음을 달래야 하는 상황에 지쳐서일까?
고마운 선물을 함부로 취급했다며 원장에게 더 없이 가혹한 처벌을 받았지만 해치의 배를 가르고 날개를 자르며 느낀 쾌감은 그 모든 걸 보상하고도 남았다.
이 아이의 심정을 세상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