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노사관계, 산재 등)

파업에 참가하려는 근로자에게 미리 꼭 하고픈 말

강명주 노무사 2022. 8. 7. 00:16

"파업 참가하면 당신 자살하게 될지도 몰라"​

대학시절, 다른 학과에서였지만 #후배가 선배를 때려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후배가 입학하자마자 학생운동 하라고 꼬신 선배였는데 시간이 흘러 이 후배가 취업을 앞두고 트러블이 발생한다.​

술과 밥도 사주며 잘해준 선배이기에 그냥 이 사람 말만 믿고 학업은 등한히 한 채 4년을 보내다보니 학점이 개판이었고 그래서 결국 원하는 회사에 못 가게 된다.​

이런 불이익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며 이 후배는 선배를 때린다.​

노동자에겐 파업을 할 권리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

그리고 조금만 규모가 있는 회사의 파업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시민단체가 각종 도움을 준다.​

이러다보니 파업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엄청난 불이익은 간과한 채, 으슥한 마음에 뭣도 모르고 참가했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근로자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노조법에 의하면 파업에 참가한 노조와 근로자에겐 원칙적으로 민형사상 각종 책임이 면제된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보는 파업은 말 그대로 '합법적인‘ 파업인데 현실에서의 거의 대다수 파업은 조금이라도 노조법을 어길 소지가 크며 검사와 판사들은 이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불법파업이라 단정 짓고 민형사상 책임을 긍정해 버린다.​

이로 인해 노조와 근로자는 형사처벌은 물론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마저 연대하여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곤 한다.​

아무리 상급노조나 시민단체가 소속 변호사를 통해 법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이런 책임까지 대신 부담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이로 인해 일부 근로자는 자살까지 하는 게 현실이다.​

다른 직업도 아닌 노무사가 이런 말하는 게 참 그렇지만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는 근로자가 아니라면 대형 파업 참가는 고민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사람 마음은 얼마든지 약해질 수 있고 민형사상 책임의 압력은 사용자가 고용한 악질 용역깡패의 쇠파이프보다도 강력한 게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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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깡패 동원하는 사용자에겐 더 없이 관대하고 솜방망이면서 단 돈 얼마라도 더 받겠다는 근로자에겐 잭나이프처럼 날카로운 판검사들이 나 역시 무지 역겹지만 어쩌랴, 이게 현실인 걸.​

대한민국이 독일처럼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넓게 보고 근로자를 널리 보호하는 선진국이 될 가능성은 예수재림 전까진 불가능하리라 판단된다.​

파업의 위력이 약해지더라도, 참가가 예상되는 근로자들에게 이 참가로 인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정확히 알려주는 노조관계자가 늘어나길 기대한다면 난 너무 나이브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