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참가하려는 근로자에게 미리 꼭 하고픈 말
"파업 참가하면 당신 자살하게 될지도 몰라"
대학시절, 다른 학과에서였지만 #후배가 선배를 때려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후배가 입학하자마자 학생운동 하라고 꼬신 선배였는데 시간이 흘러 이 후배가 취업을 앞두고 트러블이 발생한다.
술과 밥도 사주며 잘해준 선배이기에 그냥 이 사람 말만 믿고 학업은 등한히 한 채 4년을 보내다보니 학점이 개판이었고 그래서 결국 원하는 회사에 못 가게 된다.
이런 불이익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며 이 후배는 선배를 때린다.
노동자에겐 파업을 할 권리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
그리고 조금만 규모가 있는 회사의 파업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시민단체가 각종 도움을 준다.
이러다보니 파업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엄청난 불이익은 간과한 채, 으슥한 마음에 뭣도 모르고 참가했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근로자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노조법에 의하면 파업에 참가한 노조와 근로자에겐 원칙적으로 민형사상 각종 책임이 면제된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보는 파업은 말 그대로 '합법적인‘ 파업인데 현실에서의 거의 대다수 파업은 조금이라도 노조법을 어길 소지가 크며 검사와 판사들은 이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불법파업이라 단정 짓고 민형사상 책임을 긍정해 버린다.
이로 인해 노조와 근로자는 형사처벌은 물론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마저 연대하여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곤 한다.
아무리 상급노조나 시민단체가 소속 변호사를 통해 법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이런 책임까지 대신 부담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이로 인해 일부 근로자는 자살까지 하는 게 현실이다.
다른 직업도 아닌 노무사가 이런 말하는 게 참 그렇지만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는 근로자가 아니라면 대형 파업 참가는 고민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사람 마음은 얼마든지 약해질 수 있고 민형사상 책임의 압력은 사용자가 고용한 악질 용역깡패의 쇠파이프보다도 강력한 게 보통이다.
이런 깡패 동원하는 사용자에겐 더 없이 관대하고 솜방망이면서 단 돈 얼마라도 더 받겠다는 근로자에겐 잭나이프처럼 날카로운 판검사들이 나 역시 무지 역겹지만 어쩌랴, 이게 현실인 걸.
대한민국이 독일처럼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넓게 보고 근로자를 널리 보호하는 선진국이 될 가능성은 예수재림 전까진 불가능하리라 판단된다.
파업의 위력이 약해지더라도, 참가가 예상되는 근로자들에게 이 참가로 인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정확히 알려주는 노조관계자가 늘어나길 기대한다면 난 너무 나이브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