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온다는 3번의 기회 중 나는 2번은 만난 듯
아까 만난 누가 그랬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3번은 기회가 오며 이를 잡았는지 여부가 성공을 결정한다고.
퇴근길에 생각해 보니 나는 이미 2번은 기회를 만났고 운 좋게 잡은 것 같다.
노무사 시험 계속 떨어지다가 ‘딱 한 번만 더’라는 심정으로 또 응시한 해의 첫째 날 시험을 보고 와서 나는 다음 날 시험장에 안 가려 했다. 전혀 공부를 안 한 '결과제거청구권' 관련 문제가 행정쟁송에서 나왔고 이에 대해 거의 말도 안 되는 썰을 풀고 나왔기에 낙방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냥 다음 날엔 시험장 가는 척 집을 나와 한강에 가서 물놀이나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에 삼선짬뽕을 시켜 먹고 나니 이상하게 힘이 나며 떨어지더라도 끝장은 보자는 생각이 들기에 다음날도 시험장에 갔고 결국 나는 붙었다. 나 말고 다른 수험생들도 거의 다가 이 문제는 헤맸기에 내 답안이 크게 문제가 안 된 듯했다. 둘째 날 응시 안 했다가 나중에 이를 알았다면 나는 천추의 한에 분명히 화병으로 죽었을 것이다.
전세로 살던 집의 계약 기간이 끝날 즘. 혹시나 하고 인터넷 부동산을 보다 보니 무지 싼 아파트가 보였다. 머나먼 지방도 아니고 그럭저럭 교통도 좋은 수도권이었기에 허위매물 같았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직접 가 보니 진짜였다. 당장 계약금을 걸고 돌아왔는데 문제는 당시 내 전셋집이 깡통전세가 될 위기였다는 것이다. 1순위 근저당을 잡은 은행이 있었는데 당시 집값이 하락하며 이 채권액과 내 전세금을 합하니 집값을 초과하고 말았다. 이런 상태에선 집주인이 대폭 전세금을 낮춰야 그나마 새 임차인이 들어올 텐데 집주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다 보니 내 전세금을 돌려줄 가능성도 낮아졌고 이 돈이 없으면 새로 계약한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는 게 불가능했다. 계약을 파기하긴 너무 아쉬워서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은행 대출을 받아 중도금과 잔금을 치렀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금은 안 들어왔고 법적으로 하여 경매에 넘겨도 낙찰가가 통상 무지 낮기에 나에겐 엄청난 불이익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조건 좋은 아파트가 없기에 1년을 대출이자를 내며 버텼고 결국 전세금이 운 좋게 다 들어와서 모든 금융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었다.
노무사 시험에 붙은 덕에 나는 잉여인간에서 제도권 내로 들어올 수 있었고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생계를 이어가며 자아실현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아파트를 구매한 덕에 저축이란 걸 하게 되어 내 삶은 결국 플러스 인생이 되었고 내 집이 생겨서인지 정서도 엄청 안정되었다.
아까 만났던 사람은 젊어서 대학로에 놀러 갔다가 당시 거기서 드라마 촬영을 하던 모 방송국 PD로부터 마스크가 괜찮으니 조그만 역이지만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탓에 거부를 하고 말았는데 지금도 이때를 생각하면 그 아쉬움에 이불킥을 한다고 한다.
남은 한 번의 기회는 언제 올까?
나는 또 잡을 수 있을까?
3할만 쳐도 훌륭한 타자일 텐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