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진짜 개빡치면: 국가고시 소수점 차이 낙방
”못 붙어도 좋으니 소수점 차로만 떨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며칠 전의 일이다.
단골 옷가게에서 #양복 재킷을 보았다.
콤비로 입는 용도던데 디자인, 재질 모두가 훌륭하다.
다만 나에겐 다소 작았고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왔다.
하지만 집에서 생각해보니 그 정도 작은 건 괜찮을 것 같기에 다시 갔다.
아뿔싸,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이미 물건이 나갔다.
누구보다 보는 눈이 정확한 이 가게 여사장이 동생 옷 빌려 입은 것 마냥 작다며 말릴 정도였지만 미련 탓에 2~3일 간 잠을 설칠 정도로 나는 힘들었다.
고시하다가 인생까지 망하는 사람들도 가만 보면 소수점차 같은 아쉬운 낙방의 경우에 많이들 이러는 것 같다.
차라리 점수 차가 크다면 본인 길이 아니라고 쿨하게 마음 접겠지만 소수점 차이 낙방은 두고두고 생각나서 사람을 미치게 하고 공부에도 지장을 주기에 인생까지 꼬이지 않나 추측된다.
실제로 0.1점 차로 노무사 시험에 낙방한 지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폭음을 하며 이젠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면서도 종종 남몰래 벼락치기 공부를 한다. 물론 이런다고 붙는 시험이 아니지만 워낙 그때의 충격이 커서 이러나 보다.
난 노무사 수험생 시절에 논술에 젬병인 스스로를 생각하고 전술한 기도를 자주 했다.
떨어지더라도 큰 점수차로 떨어져야 데미지가 작을 것 같았다.
운이 좋아 합격을 했고 그 뒤로 까맣게 잊고 있던 이 기도가 전술한 양복 재킷 사건을 겪으면 되살아났다.
재킷 한 벌에 대한 미련에도 이토록 힘들어하는 내가 만약 노무사 시험에서 소수점 차로 떨어졌다면 어떤 사단이 났을까?
유난히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면 국가고시 진입 전에 과연 소수점차 낙방을 받아들일 수 있을 지도 심각히 고민해보는 것이 본인의 인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