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안 살아놓고 그런 척하는 가증스런 인간말종들
"명주야, 네 아파트에서 며칠만 같이 지내자"
"안 돼"
"야, 친구 사이에 너무 한 거 아냐?"
“10년 전에 내가 지금 아파트 막 샀을 때 네가 한 말 기억나?”
“아니”
“우연히 근처에 왔다기에 내가 밥 해준다고 하니 들어왔었어. 근데 집이 너무 좁아서 답답하다며 5분 만에 네 발로 나가버렸지. 이토록 좁은 집에 왜 오려고 하냐?”
“그 일로 마음 상해서 그래? 미안해. 풀어”
“그거 말고 다른 이유도 있어”
“또 뭔데?”
“난 열심히 안 살아놓고 그런 척하며 가족이나 사회 탓만 하는 인간을 무지 혐오하거든”
“너 혹시 지금 날 빗대서 말하는 거야?”
“응”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
“아까 만나자마자 네가 그랬지? 무진장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인생이 이렇게 풀렸는지 모르겠다고. 난 그 말 듣자마자 느꼈어. 넌 여전히 안 바뀌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그 좋은 은행 다니다 때려치우고 나와서 창업한 진짜 이유를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해? 네가 그때 빠져 지내던 유흥업소 여자랑 더 놀고 다니려면 은행에서 주는 퇴직금이 필요해서 그런 거잖아? 그리고 네 바람기도 다 받아주던 그 착한 제수씨를 유흥업소 여자랑 재혼하겠다며 내쫓은 게 열심히 산 건가? 결국 때리기까지 해서 이혼장에 도장 찍게 했지?? 그 뒤 회사를 차리긴 했는데 여전히 술에 빠져 지냈고 이젠 제발 정신 차리라고 네 동업자인 정 사장이 빌다시피 했지만 넌 한귀로 다 흘렸잖아? 그러다 비트코인에 빠져서 돈 다 꼬라박고 그래도 부족하자 회사공금에 손댔다가 횡령으로 형사처벌도 받은 사람이 넌데 이게 열심히 산 사람의 행적이냐? 무엇보다 지금 네 눈앞의 소주잔을 봐. 이 벌건 대낮에 술 마시는 사람이 지금 이 식당에 너 외에 또 있냐? 이젠 술 없으면 못 살지? 손도 덜덜 떨던데 이게 열심히 산 사람의 몸뚱아리나?”
“나와 이 새끼야. 너 오늘 죽었어”
“이 식사비는 내가 낸다. 근데 앞으론 연락마라. 너 같은 파렴치한 친구는 나는 없다”
아까 점심에 있었던 일.
쫄딱 망해서 #라면 값도 없다는 친구 연락 받고 나갔다가 나눈 대화.
열심히 안 살아놓고 그런 척하는 인간이 나는 왜 이리 싫을까?
술ㆍ담배ㆍ커피ㆍ냉난방 모두에 대한 욕구를 10년 가까이 인내하며 살아왔는데 그래서일까?
‘열심히’라는 부사를 말도 안 되게 남용하는 세상이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