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여부가 성공의 중요한 척도가 된 세상에 대한 거부감
(이 글은 절대 흡연인들을 싸잡아 비하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 담배를 마음껏 피워도 얼마든지 소기의 성과 달성하는 분들이 비일비재하며 나는 이들의 흡연권을 십분 존중하는 바이다)
#노가다 다니던 시절, 우연히 동료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나를 포함한 99프로가 담배를 태운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노무사가 된 지금, 내 아파트 근처 공터에선 아침마다 인력시장이 열린다. 모여 있는 노가다꾼들 중에서 필요한 자를 업체에서 뽑아가는 시스템이다, 운동을 나가며 노가다 인부들을 보니 90프로 이상이 흡연자다.
시골틱한 동네라 그런지 내 집 근처엔 바다이야기류의 성인오락실이 많다. 이 동네에 10년 넘게 거주하다보니 이들 오락실의 고객들도 자주 보는데 거의 다가 담배를 피운다.
몇 년 전, 노가다 다니던 시절의 우리 멤버들이 아주 오랜만에 다시 모인 적이 있다. 반갑게 서로의 안부부터 물었는데 약 30프로는 이젠 노가다를 안 하고 더 좋은 직업으로 이직을 했으며 나머지는 여전히 노가다를 하고 있거나 이젠 몸이 안 따라줘서 그냥 쉬는 중이다. 공교롭게 이직에 성공한 자들 다수는 금연에 성공한 상태다.
담배 끊는 자와는 친구하지 말란 말이 있다.
이토록 독한 자는 인간미가 부족할 것이므로 멀리 하라는 말일 것이다.
사회가 지금처럼 각박하고 치열하지 않던 예전엔 이 말이 맞았을 수 있다.
당시엔 어디서나 적당히 노력해도 평균 이상은 했을 것이므로 인간미가 중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상은 전혀 다르다.
다들 너무 잘 알겠지만 어디나 경쟁이 극에 달했기에 어떻게든 인내하는 자가 조금이라도 앞서가며 이 인내의 가장 보편적인 척도가 바로 금연의 성공여부 같다.
전술한 대로 일용직들의 흡연율이 높은 편인데 일이 힘들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인지 아니면 금연조차 못할 정도의 박약한 의지력을 가졌기에 계속 노가다로 일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내 주관으론 담배의 유혹 정도는 이겨낼 의지력이 있어야 현대 사회에선 성공하고 환영받는 것 같다.
물론 예술가나 연구자처럼 담배가 플러스로 작용하는 직업군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담배를 끊는 자가 더 높이 올라가는 세상이 도래한 듯하다.
“담배조차 못 끊는 자와는 친구하지 마라”
조만간 이 말이 대세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이런 변화가 솔직히 무섭고 거부감이 심하다.
담배라는 기호식품조차 마음대로 가까이 못하는 세상이 과연 정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