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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장군들은 서면작업에서도 탁월했다

강명주 노무사 2022. 6. 21. 00:21

내가 아는 경찰 고위 관계자 분은 말단 순경에서 시작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 승진 비결에 대해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하나 주위에서는 탁월한 보고서 작성능력을 원인으로 든다.

순경이 되자 마자, 좀 더 논리적이면서도 상사의 마음을 뺐을 수 있는 보고서 작성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인터넷이 없기에 정보를 얻기가 힘들자 행정고시 합격자들에게 술과 밥을 사며 조언을 요청하기도 했단다.

서면작업은 보통 짜증나고 쫀쫀하게 느껴지지만 남는 것은 결국 서류이고 대부분의 판단 역시 서면에 기반한다.

대충 대충 만들어 넘긴 서류 탓에 노동청 감독관에게서 오전에 한 소리 들었다.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나름 이 감독관분은 나를 배려해줬는데 내가 인간적으로 너무 했다.

어려서부터 수호지나 삼국지의 호걸이 끌리고 모사들은 싫었는데 그 성향을 아직도 수정하지 못했다.

#시저나 롬멜, 나폴레옹, 한니발 같은 위대한 장군들은 실제로는 글솜씨도 대단했고 서면작업을 절대 경시하지 않았다.

시저는 낮에는 전쟁을 하고 밤에는 <갈리아 연대기> 같은 위대한 책을 썼으며 롬멜은 하루 종일 전선을 순찰하고 돌아와서는 잔뜩 쌓인 서류작업에 몰두했다.

책상에서 컵라면을 먹다가 그 국물이 서면에 묻었음에도 대충 닦아서 제출한 행위에 대해 깊이 깊이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