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학, 글쓰기, 번역

내가 몸소 체험한 글(텍스트)의 위력

강명주 노무사 2022. 6. 19. 00:18

글의 힘;

1. 예전에 전세 살 때, #전세금을 반환 못 받아서 고생한 적이 있다. 이미 이사 갈 집을 계약하고 전세금이 전 재산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에 전세금 반환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자주 보냈다. 물론 협박이나 공갈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강한 압박을 느끼도록 상당히 신경 썼다. 생각보다 빨리 입금하며 내용증명의 컨텐츠 탓에 최대한 신속히 반환하려 노력했다고 집주인이 털어놨다.

2. 작년 겨울 누명을 쓰고 검찰까지 끌려 다닐 때, 나름 내가 왜 죄가 없는지를 정리한 탄원서를 냈다. 당연히 문구 하나 하나에 공을 들였는데 이게 무혐의처분 나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3. 출판사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무조건 책을 내겠다며 원고를 다 썼을 때의 일이다. 20 곳이 넘는 출판사를 컨택해도 모두 거절하거나 자비출판을 권유했다. 이에 내 책을 출판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제안서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고 결국 그 중 한 곳에서 제대로 출판했다. 제안서가 괜찮아 보여서 연락을 했다고 한다.

4. 소설가 김훈은 글의 힘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미국의 핵무기나 항공모함 같은 물리적인 파워를 글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관념을 지나치게 숭상하고 실리를 천시하는 우리나라 풍토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발언으로 나도 일정부분 동의한다.

다만, 상대를 설득하는 데는 글의 힘을 능가하는 것이 없다고 본다. 화려한 언변이나 선물, 향응도 현실에서는 위력이 대단하나 근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글만한 것이 드물다.

5. 그렇기에 그다지 잘은 못 쓰지만 꾸준히 글 솜씨를 유지, 발전시키려 노력 중이다. 그런데 하나 의아한 것은 전술한 사안에서는 분명히 효과를 본 나의 글재주가 이성관계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술한 경우들보다 100배는 더 공을 들여 써도 무용지물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너무 너무 궁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