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꼴들의 결집력은 정말 대단하구나
일흔이 넘은 #선배가 컴퓨터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다고 하기에 작년과 올해에 걸쳐 이것저것 알려드렸다.
우선 저렴한 테스크탑을 한 대 조립해 드리고 파일관리와 웹서핑이 가능하도록 코치해드렸다.
이 선배는 보수인데 역시나 보수 성향 사이트를 주로 방문하신다. 혹자는 이를 세팅을 통해 막아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내가 비록 요즘은 진보지만 타인의 정치적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누구를 찍을지를 놓고 몇 달 전에 이 선배와 크게 다퉜다. 나는 절대 정치 문제에서는 선빵을 안 날리는데 선배가 선공을 했고 이에 대해 인천상륙작전을 하는 맥아더 같은 기세로 완전 반박에 성공했다.
이 패배의 앙금이 남는지 선배가 자꾸 나를 갈군다. 친구에게 나를 지목하며 이상한 후배라는 말까지 하는 것을 들었다.
더 참다가는 뇌경색이 올 것 같아서 이 선배 컴퓨터 브라우저의 첫 페이지를 정의당 홈피로 몰래 설정해 놓았다.
당장 전화가 오더니 자꾸 정의당 홈피가 뜬다며 고쳐달라고 한다. 고치는 척 방문해놓고 이건 바이러스가 먹은 탓이라며 이 컴퓨터를 버리지 않는 한 못 고치니 새 컴퓨터를 선배 돈으로 사던지 아니면 그냥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 후 몇 달을 선배는 정의당 홈피 탓을 하면서도 계속 그 컴퓨터를 사용했고 나는 너무 고소했다.
어제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근처 컴퓨터 가게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바로 출장을 나와서 정의당 홈피를 삭제해 주었단다. 이 컴퓨터 기사도 보수 성향인지 출장비도 안 받고 보수 이야기만 한참을 하다 갔다며 너무 기뻐한다.
선후배 관계에 함부로 참견하는 컴퓨터 기사가 매우 밉다.
그리고 수꼴들의 결속력에 새삼 놀랐다. 이러니 진보들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럴수록 나라도 정신 차리고 진보의 길을 더욱 유지해야 할 텐데....
어쨌든 이 선배에게 더 골탕을 먹일 좋은 방법이 또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