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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도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장소는 함부로 변경 못한다

강명주 노무사 2022. 5. 30. 09:20

기존 #외국인근로자와의 고용계약은 유지한 채, 임의로 다른 사업장으로 보내서 사용해도 될까? 가령 서울과 인천에 각각 사무실이 있는 사장이 소속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지를 마음대로 서울에서 인천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내국인이라면 당사자간 합의만 있으면, 합의가 없더라도 업무상 필요성이 직원의 생활상 불이익보다 크다면 일반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은 다르다.

출입국법은 18조 2항에서 외국인은 지정된 근무처에서만 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근무처란 통상 사업장을 의미하다. 따라서 사장이 그대로라 할지라도 함부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이 조항은 원래 90년대 초반 외국어학원 등에서 소속 강사의 근무처를 너무 자주 바꿈으로써 노동시장이 혼란해지자 이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졌다. 하지만 학원 등의 거센 반발로 인해 시행령 25조에 동일한 사업주하에서 사업장만 바꾸는 경우는 신고만 하면 된다고 규정하여 사실상 이 조항을 대폭 완화시켰다(법률의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 시행령 규정이 삭제되었기에 원칙적으로 동일한 사업주 하에서 근무처 변경을 할 수가 없다. 관련 법 어디를 보아도 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측은 출입국사무소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비록 근거 법령은 없지만 출입국법 21조 근무처의 추가규정을 준용한 듯하다(직접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전화하여 확인한 내용이다).

이 허가 안 받고 외국인의 근무지를 임의로 바꾼 사용자에 대한 벌칙은 없다. 다만 해당 외국인에게 1년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지고 강제퇴거까지 가능하기에 사장은 노동력 상실이라는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 직원의 근무처 변경 시에는 원칙적으로 출입국사무소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취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f계열 비자를 가진 외국인들에게는 이 18조가 미적용되므로 이들은 자유롭게 근무처 변경이 가능하다. 그리고 h2(방문취업)나 e9(비전문취업)비자를 가진 외국인에게는 외국인근로자법 17조도 적용되기에 이들의 근무지는 신고만 하면 허가 없이도 바꿀 수 있다. 또한 e계열 비자 가진 자들에게도 출입국법 21조에 따라 이 18조2항이 미적용된다.

ps1: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에 전화를 해 보면 비자계열별로 전문공무원이 답변을 해준다. 그런데 가끔은 이들도 관련 법령을 헷갈린다. 출입국업무가 워낙 복잡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런 경우, 질문한 내가 무척이나 미안해진다.

ps2: 외국인은 이미 2백만명을 돌파했지만 출입국이나 외국인관련법령은 그 증가속도를 못 따라가는 눈치다. 이에 현실과 유리되거나 미비한 법령이 적지 않다. 주먹구구식 출입국행정의 주된 원인은 이것이라 판단된다. 자칫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기에 신중함이 요구되나 언제까지나 이 복마전 같은 분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국익에도 큰 손해인듯하다.

ps3: 내가 무식쟁이라 다른 법령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출입국관련법령에는 특히나 예외가 많다. 예외 찾다가 늙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