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가 바라는 걸 다 가져놓고 왜 그리 살아?"
나보다 10년 이상 젊은 그는 내가 원하는 걸 다 가졌다.
스펙과 경력 등 모든 면에서 내가 비길 수 있는 건 전무하다.
무엇보다 나와는 정반대로 일체의 흉이 없는 온전한 얼굴에 부모형제가 모두 화목하다보니 성격도 좋고 자연히 주위에 여자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인생을 더 즐기기 위해 결혼을 늦추는 이 사람.
얼마 전, 술김에 전술한 말을 하고야 말았다.
나 같으면 당장 좋은 여자와 결혼해서 사랑스런 자식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텐데 이에는 전혀 관심 없이 행운을 여전히 향유(낭비?)만 하는 그가 너무 미워서 솔직히 말하고 만 것이다.
같은 말을 어떤 사람에게서 나도 들었다.
사회 나와서 알게 된 이 사람은 산재로 다리를 다쳐서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데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며 애들을 데려가 버려서 지금은 완전 혼자다.
작년 겨울, 소주를 함께 나누던 그가 화가 잔뜩 난 말투로 팔다리 멀쩡한데 뭐가 그리 무서워서 사회활동을 잘 안 하냐고 나에게 호통을 쳤었다.
세상 사람들이 난 더럽게 무서운데.
나의 태생적 한계인 구순구개열을 금방 알아채놓고도 모른 척하는 그들이 이젠 고맙다기보다 가증스러운데.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거나 불이익이 가면 바로 돌변해서 나의 구순구개열부터 치고 들어올 걸 너무 잘 아는데.
그래서 동굴 속으로만 도망 다니는 내가 다리 다친 이 사람이 보기엔 자신보다 엄청 많은 걸 가지고도 허송세월하는 자로 보였나보다.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이들 상황과는 아무 상관없겠지?
각자가 진 십자가의 무게를 재는 것 또한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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